미국 SEC·CFTC, 암호자산에 대한 증권법 적용 기준 제시

저자 : 김국일

2026년 3월 17일, 미국 SEC와 CFTC는 암호자산 및 관련 거래에 대한 연방 증권법 적용 기준을 담은 공동지침을 발표하였고 해당 지침은 2026년 3월 23일부터 효력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번 공동지침은 그동안 개별 사건을 통해 축적되어 온 판단 기준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암호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함으로써 글로벌 자본시장과 국제 투자 분쟁에서 실질적인 판단 기준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규제 방식의 전환과 법적 의미

이번 공동지침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간 비판받아 온 ‘집행 중심 규제’에서 ‘사전 기준 제시형 규제’로의 전환을 명확히 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SEC가 개별 사건에 대한 제재를 통해 암호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고, 이에 따라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전에 규제 리스크를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지침은 기존 2019년 실무지침을 공식적으로 대체하면서 암호자산의 법적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을 명문화하였습니다.

이는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사전적 준법체계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로 평가됩니다.

또한 CFTC 역시 동일한 해석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상품 규제와 증권 규제 간의 충돌 가능성을 일정 부분 해소하였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호자산의 증권성 판단 구조

이번 공동지침은 암호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있어 ‘자산 자체’와 ‘거래 구조’를 구분하는 접근 방식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동일한 암호자산이라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발행되고 판매되었는지에 따라 법적 성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 공동지침은 암호자산을 그 기능과 용도에 따라 디지털 상품, 디지털 수집품, 디지털 도구,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증권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중 디지털 증권은 명확히 증권에 해당하는 반면, 나머지 유형은 원칙적으로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이러한 분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관계와 거래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자산의 형태가 아니라 투자자에게 어떠한 경제적 기대를 형성하였는지에 있다는 것입니다.

증권성의 동적 판단 기준

이번 공동지침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변화는 암호자산의 증권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동적 판단 기준’을 명시적으로 수용하였다는 점입니다.

암호자산이 증권으로 평가되는 시점은 발행인이 해당 자산의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타인의 경영상 노력에 따른 이익을 기대하게 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판단 요소로는 해당 진술의 출처, 시점, 전달 방식, 내용의 구체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되었습니다.

특히 발행인이 직접 또는 그에 준하는 지위에서 투자 수익을 암시하거나 보장하는 경우에는 투자계약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일정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는 증권성이 소멸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제시되었습니다.

발행인이 약속한 사업을 완료하여 더 이상 투자자에게 추가적인 기대를 형성하지 않는 경우, 또는 프로젝트가 중단되어 더 이상 합리적인 기대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증권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발행 단계에서 발생한 공시의무 위반 등 법적 책임은 소멸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공동지침은 그동안 증권성 판단이 빈번하게 문제되었던 주요 활동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마이닝과 스테이킹은 네트워크 운영에 기여하는 행정적 활동으로 평가되어 원칙적으로 증권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래핑의 경우에는 해당 토큰의 법적 성격이 기존 자산에 종속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고 에어드롭은 반대급부가 없는 경우 투자계약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국제 투자 분쟁에서의 적용 가능성

이번 공동지침은 국제 투자 분쟁에서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암호자산은 본질적으로 국경을 초월하여 유통되는 자산이기에 투자계약의 성립 여부, 투자자 보호 범위, 규제 적용 여부 등이 분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됩니다.

특히 투자계약 해당 여부는 국제 중재에서 관할권 판단 및 보호 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번 지침은 그러한 판단에 있어 사실상 표준 기준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공시 의무 위반이나 사기 규정 적용 여부와 관련된 판단에서도 중요한 참고 기준으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에서 발행된 토큰이라 하더라도 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경우에는 미국 증권법 적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토큰의 설계 단계뿐 아니라 발행, 마케팅, 유통 전 과정에서 증권성 판단 기준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SEC·CFTC 공동지침은 암호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을 구조적으로 정립함과 동시에 글로벌 자본시장과 국제 투자 분쟁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실질적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자산과 거래 구조의 분리, 증권성의 동적 판단, 행위 중심의 규제 접근은 향후 암호자산 규제의 기본 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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